
전통장과 상설장이
펼쳐지는.. 증평 장뜰시장
전국규모의 각종 유통 대상(大商)들이 모이는 곳
도시에서 구하기 힘든 진귀한 증평의 특산물이 있는 증평 오일장은 옛 솜씨 그대로 집에서 만들고 가꾼 것들을 광주리 가득 이고 지고와 장을 펼치는 시골 사람의 순박함이 있어 좋다.

정겨운 시골 인심
그때 그 시절, 따가운 햇볏을 피하느라 상인 들이 친 누런 차일이 즐비한 어디쯤. 귀청이 떨어지도록 뻥~ 요란스런 소리를 내며 튀밥을 튀기면 옹기종기 모여 앉아 기다리고 있던 가난한 시절의 아이들이 구수한 냄새 피어나는 연기 속으로 내닫는다.
찢어진 뻥튀기 그물망 사이로 나와 땅바닥에 흩어진 튀밥을 주워먹던 아이들의 땟국물 흐르는 손을 기억한다. 그때 그시절에는 어물전 좌판을 벌인 홀아비 아저씨와 '알록달록' 색색의 옷가지를 팔던 과부댁이 서로 좋아 한다더라 식의 무성한 소문도 정겨웠고 자식들 옷가지 몇 벌을 사가지고 돌아오시는 어머니의 가벼운 발걸음과 새끼줄에 '꽁꽁' 묶인 고등어를 '덜렁덜렁' 들고 오며 얼큰한 술기운에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소원이 무엇이냐”며 웅얼웅얼 타령을 읊조리며 돌아오시는 아버지를 기다리던 동구 밖의 풍경도 아름다웠다.
마을사람들이 장에 내다 팔 물건을 실은 소달구지 덜컹대며 장을 향하던 그 시절. 그때 그 시절엔 닷새마다 열리는 장에 가면 없는게 없었다. 상추 오이 쑥갓 양파에 호박 등 푸성귀도 푸짐했고, 살구며 자두, 복숭아... 여름날의 장은 과일의 가짓수도 다양하여 일일이 외기도 힘들 정도였으며 바지에 쓱쓱 문질러 맛을 봐도 아무렇지 않은 철마다 바뀌는 과일도 싱싱했다.

장이 서는 날 요행으로 어머니 치맛자락 붙들고 나설 수 있는 아이들은 달고나에 유과 강정의 달콤한 맛을 보면서 목구멍의 때를 벗길 수 있었다. 그곳엔 서민들의 가난한 삶이 있었고, 사랑이 있었고, 인정이 있었다. 더러는 장돌뱅이의 가슴 아픈 애환이 서려있기도 했지만 국밥 한술과 막걸리 한잔으로도 풍성한 서로간의 오가는 정이 있었다.
닷새마다 열리는 장터는 그곳 사람들에겐 정보의 바다였고 서로 간 연통하는 장이기도 했다. 누구네는 송아지를 두 마리나 낳았는데 한 마리는 부실해서 죽고 말았다는 안타까운 사연과 누구네 아들이 장가들었는데 색시가 살림꾼이더라는 등 자잘한 일상의 사연들이 오가는 장터, 그곳의 풍경. 사람들의 숨결과 땀과 살 내음이 번지던 닷새장의 풍경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장뜰시장의 중심에서
그 시절 증평장은 음성. 괴산. 진천. 청원 4개군의 접경지이어서 오래 전부터 장이 발달했다고 하니 좀 시끌벅쩍 했을까. 현대 문명에 밀려 점차 사라져가는 전통장이 추억 속으로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나의 마음은 증평장뜰시장으로 향한다
굳이 새로운 이름을 짓게 된 동기는 시장 상인들의 전통장을 살리려는 노력의 발로에서 비롯되었다 한다.
증평장뜰시장 상인들은 시장 이름만 바꾼 것이 아니라 자체 브랜드를 개발하고자 시장 명칭에 걸맞는 로고를 만들었으며 장을 찾는 고객 서비스를 위해 정기적으로 문화행사와 같은 이벤트를 개최하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전국 최대의 인삼경작자가 살고 있는 인삼의 고장 증평의 유명세에 미치지 못하는 규모지만 인삼제품을 비롯한 전국규모의 각종 유통 대상(大商)들이 전통장과 상설장을 펼치는 곳이 증평장뜰시장이다. 홍삼, 백삼 제품, 태양고추, 맛좋은 쌀, 대명한차 등 도시에서 구하기 힘든 진귀한 증평의 특산물이 있는 증평 오일장은 옛 솜씨 그대로 집에서 만들고 가꾼 도토리묵이며 두부, 콩나물과 오이, 호박, 산나물, 콩, 수수, 팥 등을 광주리 가득 이고 지고와 장을 펼치는 시골 사람의 순박함이 있어 좋다.

상추 오이 호박 등 종류도 가지가지 보자기 위에 늘어놓은 할머니는 “이거 사가셔! 농약도 안치고 깨깟한겨, 많이줄게” 지나가는 사람이 관심을 갖든 말든 사람 좋게 웃으며 가지고 온 푸성귀를 파느라 여념이 없다.
그 옆 어물전 아저씨는 한참 흥정을 한 끝에 손님이 고른 생선을 토막 내어 바쁘게 손질해서 더 깎아 달라고 할까봐 얼른 생선이 담긴 봉지를 든 손과 빈손을 동시에 내민다. 요즘같이 값어치 없는 만원 한 장 달랑 들고 가도 장바구니가 푸짐한 시골장이다. 재수 좋으면 여름날 시원하게 보낼 수 있는 단돈 천원짜리 티셔츠의 횡재도 기대해 볼만 하다.
단돈 만원이면 시골 할머니가 만든 구수한 도토리묵도 먹고, 시장 복판에 걸터 앉아 순대며 머리고기를 안주 삼아 막걸리 한잔 곁들이고
푸성귀 몇 가지 사들어도 주머니가 '쩔렁' 거린다. 이 돈으로 씨앗과 종묘를 파는 곳 들러 봉숭아, 채송화 씨앗과 고추 묘하나, 그렇게 사가지고 집에서 관상용으로 키워도 좋을 것이며, 천원에 몇 켤레짜리 양말을 사 신어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