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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섭 누나

  • 홍성열 | 홍성열 | 043-835-3004
  • 조회 : 180
  • 등록일 : 2021-12-08
지난 가을, 안동에서 열렸던 국가균형발전사업 우수사례 시상식에 참석하였다가 고향에서 어린 시절을 함께 보냈던 이웃집 병섭 누나를 찾아보기로 하였습니다.
얼마 전에 그 누나가 안동에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이번 출장길에 만나 볼 생각으로 미리 연락처를 파악해 뒀었지요.

누구든지 어린 시절 함께 뛰놀던 친구들을 그리워하고 그 친구들이 어디서 무얼하며 지내는지 궁금하게 생각하는 법, 나도 그동안 그 누나가 보고 싶었었는데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청년 때처럼 가슴이 설레였습니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한 번도 만나 본 적 없었던 옆집에 살던 병섭 누나, 나보다는 두 살 더 먹었지만 어린 시절 함께 소꿉장난하며 뛰놀던 동무 같은 누나였습니다. 부모들 간에는 콩 한 톨도 나눠 먹을 만큼 서로 가깝게 지냈던 사이였기 때문에 우리들도 자연히 친해질 수 밖에 없었으며 서로 누나, 동생 이름을 불러주며 이 골목 저 골목을 뛰어다니다가 양지바른 담장 밑에 주저앉아서 사금파리 주워 밥상을 차리고 "너는 엄마, 나는 아버지" 하며 신나게 놀았던 그때 그 시절 아름다운 추억들이 하나, 둘씩 떠오릅니다.

그 누나는 어떻게 변했을까?
55년 만에 누나의 얼굴을 상상해 보았지만, 너무 오랜 세월이 지난 탓인지 잘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키가 아담하고 속눈썹이 길었던 병섭 누나는 뜀박질을 잘해서 릴레이 선수로 나가기도 했었는데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 그 누나는 할머니, 나는 할아버지가 되어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라도 하듯 감격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내가 몇 살 때인지는 몰라도 어렸을 때 있었던 일입니다.
어느 날 아침, 우리 엄마는 나를 깨워 일으켜 세우더니 야단을 치시면서 내 머리에 키를 뒤집어 씌워놓고 소리를 지르셨습니다.
“빨리 가! 빨리 가! 병섭이네 집에 가서 소금 꿔와!”
어린 나이였지만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으리라.
이웃 누나네 집에 가서 소금을 꾸어 오라니 이 어찌해야 좋을지.
어린 나이에도 창피한 것은 알았는지, 가지 않으려고 슬슬 뒷걸음만 치고 있을 때 어머니께서는 더 큰 소리로 화를 내셨습니다.
"빨리 가!"
나는 할 수 없이 축축한 아랫도리를 움켜잡고 키를 뒤집어쓴 채 이웃 병섭 누나네 집으로 향했는데 그 집 사립문을 슬쩍 밀고 들어가서 한참을 망설이다가 “소금 꾸러 왔어유~ 소금 꾸러 왔어유~” 라고 일렀더니
내 소리를 들은 병섭 누나의 엄마가 문을 열고 나오셔서
“어이구 쌌구먼. 쯧쯧~”
소금 바가지를 가지고 나오시더니 뒤집어쓴 키 위에 소금을 훼훼 뿌리며 주문을 외우듯 뭐라고 뭐라고 하시는 거였습니다.
아이코! 그 사이에 병섭 누나를 비롯한 그 집 동생들이 일제히 마루로 뛰쳐나와 나의 초라한 모습을 바라보곤 낄낄대며 웃는 것 아닌가!
나는 그때 너무나 부끄럽고 창피하여 고개를 들 수가 없었고 얼른 뒤돌아 집으로 달려왔었는데
병섭 누나는 그때 그사건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을까? ^^

어찌하였든 세월은 유수같이 흘러 서로가 환갑을 지나 칠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이렇게라도 만날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럽고 기쁜 일인가!
큰 도로를 지나다가 골목길로 들어서니 안동 구 시장이 저만치 보이고 100m쯤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니 의류 가게가 눈에 들어옵니다.
“죄송하지만 혹시 이 주변에 김병섭 씨라고 아시나요?”
“저, 전데요~ 왜 그러세요?”
“아 그렇습니까? 내가 잘 찾아왔네요. 나는 큰터마을 이웃집에 살던 홍성열입니다.”
“뭐? 뭐라고요? 홍 ~ 홍성열 !”
눈을 크게 뜨더니 “어머! 어머!”
나를 끌어안고 어쩔줄을 몰라하며 펄쩍펄쩍 뛰었습니다.
얼마나 반가웠던지 서로를 끌어안은 채 기쁨의 눈물도 흘렸습니다.

그 옛날 가난했던 시절에 함께 뛰놀던 어린 시절 추억을 하나씩 하나씩 꺼내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지금은 안동 구 시장에서 가장 큰 옷가게를 운영하며 재산도 많이 모았고 이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하여 많이 베풀며 살고 있다는 병섭 누나!
손은 비록 갈라져 거칠어졌으나 봉사와 나눔을 실천하며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니 참 자랑스럽고 대견스러워 보였습니다.
아직도 고생하며 돈을 벌고 있는 것은 남에게 더 많이 베풀기 위함이라며 티없이 맑게 웃는 병섭 누나부부가 한없이 착하고 존경스럽게 느껴졌습니다.
마음씨가 고운 병섭 누나는 내가 타고 간 자동차에 안동 간고등어를 듬뿍 실어주고는 어려운 사람들과 나눠 먹으라며 떠밀었습니다.

“자랑스러운 동생! 잘 가! 건강하고! 정말 반가웠어!”
후한 인심을 보여주며 안 보일 때까지 손을 흔들어주던 병섭 누나의 모습이 천사처럼 아름답습니다.
"병섭 누나!
행복하게 잘 살아줘서 정말 고마워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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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
2021-01-26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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