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군민중심 새로운미래 증평

군민과 함께 만들어가겠습니다.

서브비쥬얼 이미지

취임사/신·송년사

  • Home
  • 증평군수 이재영입니다
  • 취임사/신·송년사

안마와 좌구산

  • 홍성열 | 홍성열 | 043-835-3004
  • 조회 : 375
  • 등록일 : 2019-12-09
낙엽이 뒹구는 초겨울 날씨에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한 김장 나눔 행사가 곳곳에 펼쳐질 때 복지시설, 봉사단체 등을 찾아다니며 김장담그기 행사에 참여하느라 몸이 많이 지쳤는지 어깨를 두드려 달라는 아내의 부탁에 모처럼 뭔가 해줄 수 있는 기회가 왔다고 생각한 나는 정성을 다해 안마 솜씨를 발휘하였지요.

결혼한 지 40년, 그동안 알뜰살뜰 가정을 돌보며 남편 뒷바라지하느라 여념이 없었던 아내의 머리에도 어느새 하얀 서리가 내리고 곱던 피부에는 잔주름이 깊어져 가는 것 같아 마음이 짠해집니다.

“우리도 이젠 청춘이 아닌가 봐!”라는 말에 아내는
“청춘은 무슨~ 이젠 늙어가는 거지~
「익어간다」는 말도 다 거짓말이야”

"그래도 당신은 아직도 곱고 아름다워요"
아내는 내가 그냥 하는 소리라고 생각했는지 아무 대꾸가 없더니만
“좀 살살 좀 해요! 아파 죽겠잖아!”
고맙다는 말은커녕 모든 게 귀찮은 듯 퉁명스럽게 화답해 왔습니다.
그래도 나는 안쓰러운 마음에 정성을 다해 안마를 해주었습니다.

그 이튿날 마침 휴일을 맞아 모처럼 힐링도 하고 운동도 할 겸 아내에게 좌구산 산책이나 가자고 했더니 몸이 아파 가고 싶지 않다고 하면서도 억지로 따라나섰습니다.
숲속 나무들이 나뭇잎을 떨구고 속살을 드러낸 채 찬바람을 맞고 서 있습니다.
나뭇잎이 나무에 계속 붙어 있으면 추운 겨울을 날 수 없다는 것을 나무도 잘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낙엽이 된 나뭇잎도 바람 따라 이곳저곳을 떠돌지만 결국 썩어야만 나무를 위한 양분이 된다는 것도 알고 있을 것입니다.
버려야 할 것을 버리지 못한 채 많은 것을 짊어지고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내 인생에 교훈을 주고있는 나무여! 낙엽이여!

우리 부부는 좌구산 명상 구름다리를 여유롭게 건너서 최근에 만들어놓은 거북공원으로 향하였습니다. 젊은 관광객 부부가 거북이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고 즐거워하는 모습에 우리에게도 저런 젊은 시절이 있었지 하며 천천히 거북공원을 지나 자작나무 숲길로 향하였는데 벌써 숨이 헐떡여집니다.
아내가 가던 길을 멈춰 서더니 몸도 안 좋고 너무 힘드니 돌아가자고 합니다. 나는 조금만 더 가면 천문대가 나올 테니 참고 천천히 가자고 고집을 부렸습니다.

아내가 점점 더 힘들어합니다.
이젠 돌아가는 길이 더 멀어 보입니다.
"몸도 시원찮아 안마까지 받았던 사람을 데리고 이렇게 높은 산까지 오면 어떻게 하느냐"라고 원망 섞인 말을 쏟아냅니다.
나도 오랜만에 잘해보려고 한 것인데 ~
간신히 달래가며 조심조심 산을 내려오니 기분은 상쾌했지만 아무래도 아내를 무리하게 한 것 같아 걱정이 되었습니다.

은하수 식당에서 오붓하게 둘만의 점심 식사를 나누며 오랜만에 여유시간을 가져봅니다.
"많이 힘들었지?"라는 말에 아내는
씨~익 웃음으로 하면서
“여보! 고마워!” 한다.
가끔씩 이러한 쉼을 얻고 싶지만 임기 동안에는 쉽지 않을 것이 뻔하기 때문에 참으로 소중하고 추억이 될만한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오늘 저녁에는 아무래도 더 오랜 시간 안마를 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은 점수를 딴 것인가요?
아니면 잃은 것인가요?

만족도조사
이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대하여 만족하십니까?
최종수정일 :
2024-02-28 17:05
(27927) 충청북도 증평군 증평읍 광장로 88. 대표전화 043)835-3114.
 

Copyright 2023. Jeungpyeong-gun   All rights reserved